메뉴판 가격과 오늘 돈으로 바꾼 가격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나라별 빅맥 값을 모은 '빅맥 지수' 자료를 공개합니다. 여기에는 2000년 4월부터 조사 때마다 기록한 미국 빅맥 가격이 들어 있습니다. 그동안 메뉴판 가격은 2.24달러에서 6.22달러로 약 2.8배가 됐습니다. 같은 기간인 2000년 4월부터 2026년 7월까지 미국 정부의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잰 전체 물가는 약 1.95배 올랐습니다. 물가를 빼고 봐도 빅맥이 비싸진 것은 맞지만, 메뉴판 가격만 보면 그 폭을 실제보다 크게 느끼게 됩니다.
여러 해를 공정하게 비교하려면 조사 때마다의 가격을 2026년 7월 달러 가치로 바꿔야 합니다. 그 가격에 2026년 7월의 소비자물가지수를 곱하고, 조사한 달의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누면 됩니다. 이렇게 환산하면 2000년의 2.24달러짜리 빅맥은 4.37달러가 됩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지난 26년은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2005년에서 2014년 사이 : 빅맥이 정말 비싸진 시기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물가를 빼고 나면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2000년 4.37달러, 2005년 4.43달러로, 실질 상승률은 1.4%입니다.
그다음부터 가격이 뛰었습니다. 2005년 6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메뉴판 가격은 2.58달러에서 4.29달러로 66% 올랐는데, 같은 기간 전체 물가는 22% 올랐습니다. 빅맥 값이 물가 전반보다 약 세 배 빠르게 오른 셈입니다. 2026년 7월 달러 가치로 보면 4.43달러에서 6.01달러로, 실질 기준 36% 올랐습니다. 전체 기간에 걸친 빅맥의 실질 가격 상승은 대부분 이 구간에서 일어났습니다.

2014년부터 2026년까지 : 물가를 빼면 제자리
2014년 이후로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메뉴판 가격은 2014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 45% 올랐지만, 같은 기간 전체 물가도 40% 올라 둘의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한동안은 메뉴판 가격이 아예 움직이지 않기도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4년 7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네 번 연속으로 같은 4.2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26년 7월 달러 가치로 보면 2014년 7월의 빅맥은 6.01달러, 2026년 7월의 빅맥은 6.22달러로 3.4% 비쌉니다. 2014년 이후 해마다 한 해 중반의 조사를 하나씩 골라 보면, 환산 가격이 2014년 수준에서 3.9% 넘게 벗어난 해는 없었고 5.80달러에서 6.24달러 사이를 오갔습니다.

2022년의 하락, 그리고 가격을 재는 방식의 변화
2014년 이후 실질 가격이 가장 크게 내려간 때는 물가가 치솟았던 2021년과 2022년입니다. 2021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메뉴판 가격은 4.5% 올랐지만 전체 물가는 8.5% 올라, 실질 기준으로는 빅맥이 싸졌습니다. 환산 가격은 2020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6.6% 떨어져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5.80달러가 됐습니다. 이후 4년 동안은 물가를 빼고도 7.2% 올라 6.22달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최저점은 자료의 집계 방식이 바뀐 시점과 정확히 겹칩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가격은 2022년 1월까지 미국 주요 4개 도시의 가격을 평균한 값이었고, 2022년 7월부터는 맥도날드가 제공한 가격을 씁니다. 두 방식이 같은 수준을 내놓는다는 보장은 없고, 2022년의 하락이나 그 뒤의 반등 가운데 얼마가 실제 가격 변화가 아니라 방식 변경에서 비롯됐는지는 이 자료로 알 수 없습니다. 방식이 바뀐 시점을 사이에 둔 더 긴 구간으로 보면 빅맥과 전체 물가는 거의 나란히 움직였습니다. 2020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 빅맥은 29.0%, 전체 물가는 28.9% 올랐습니다.

외식 물가와 비교하면 빅맥은 오히려 싸졌다
위에서 쓴 소비자물가지수는 도시 소비자가 사는 상품과 서비스를 장바구니 하나로 묶어 그 가격을 따라갑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그 범위를 '식료품부터 자동차, 집세까지'라고 설명합니다. 범위를 좁혀 외식과 비교해 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외식 물가지수는 2014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 59% 올라, 빅맥의 45%보다 빨랐습니다. 외식 물가 전반에 견주면 빅맥은 2014년보다 약 9% 싸진 셈입니다. 반대로 2005년부터 2014년까지는 빅맥이 이 지수보다도 빨리 올라, 외식 물가에 견준 가격이 약 29% 올랐습니다.
그러니 빅맥 값이 물가를 '따라갔는지'는 어떤 잣대를 대느냐에 달렸습니다. 전체 물가에 대면 2014년 이후 제자리를 지켰고, 외식 물가에 대면 뒤처졌습니다.

이 숫자가 보여 주는 것과 보여 주지 않는 것
여기서 본 것은 햄버거 하나의 값을 1년에 한두 번 기록한 것일 뿐, 세트 메뉴도 아니고 맥도날드 메뉴 전체도 아닙니다. 매장마다 가격도 다릅니다. 미국 외식업 전문지 레스토랑 비즈니스의 보도에 따르면 맥도날드 가맹점주는 지역 사정에 맞춰 가격을 스스로 정하고, 맥도날드는 이코노미스트의 수치와 다른 자체 전국 평균 빅맥 가격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또 이코노미스트가 1986년 처음 내놓은 빅맥 지수는 나라 사이의 통화 가치를 비교하려고 만든 것이지, 미국 물가를 추적하려고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 안의 미국 가격을 시간 순으로 늘어놓는 것은 같은 숫자를 다른 용도로 쓰는 일입니다.
이 자료는 빅맥 값이 언제 다른 물가보다 빠르게, 또는 느리게 올랐는지를 보여 줍니다. 왜 그랬는지는 보여 주지 않습니다. 원가, 임금, 경쟁, 가격 결정 같은 요인은 이 숫자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숫자는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빅맥 가격은 이코노미스트의 빅맥 지수 자료에 나온 미국 가격이며, 해마다 한 해 중반(4월에서 7월 사이)의 조사 한 번을 골라 썼습니다. 각 가격은 미국 노동통계국의 도시 소비자 대상 소비자물가지수(전 품목, 계절 조정 전)에서 조사한 달의 값을 써서 2026년 7월 달러 가치로 환산했습니다. 외식과의 비교에는 같은 지수의 외식 항목을 같은 달 기준으로 썼습니다. 1월 조사까지 포함해 모든 조사 시점을 넣어도 큰 흐름은 같습니다. 이 경우 2014년 이후 환산 가격이 가장 높은 때는 2026년 1월 조사로, 6.28달러이며 2014년 7월보다 4.5% 높습니다. 계산은 폴로라가 했습니다.
- The Economist, Big Mac index data and methodology (CC BY 4.0)
-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Consumer Price Index for All Urban Consumers, all items, not seasonally adjusted, via FRED,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Consumer Price Index for All Urban Consumers, food away from home, via FRED,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Consumer Price Index frequently asked questions
- Restaurant Business, "McDonald's hits back about its prices"
- Wikipedia, Big Mac Index








